다른 생각들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을 만큼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하게 해주는 대화가 오갔다. 엄마의 약속으로 인해 한가로운 주말 저녁, 아빠와 단 둘이서 밥을 해먹어야했다. 그냥 집 앞에 나가자 하신다. 주섬주섬 옷을 입고 아빠를 따라 나섰다. 평소에 엄마가 안좋아하셔서 잘 드시지 않는 국밥을 먹자고 하신다. 고개로 답하고 집 근처로 들어섰다. 금주라 하니 내 앞에 놓여진 건 환타, 그 앞엔 소주. 국밥을 먹고 있었다.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펼쳐 놓으신다. 오늘따라 술먹자는 친구가 많았다고 하셨다. 다 뿌리쳤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신다. 내심 엄마의 늦은 약속 통보에 속이 조금 상하셨나보다. 어쨌든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딸래미와 마주보고 계신 모습이 좋았다. 다 먹어 갈때쯤, 눈 펑펑 내리는 날 내려오라고. 술 한잔 하자고. 그 날의 기억이, 그 날의 노래가, 그 날의 대화가. 아빠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보다. 좋을 것 같았다. 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기대와 평온한 마음, 국밥 한 숟가락보다 따뜻한 한마디였다.




